| 초기도와, 그의 악몽
카센, 사람을 죽였어.
악몽 속에서 헤어나온 그가 어김없이 그러한 말을 내뱉는다.
카센은 눈살을 일그러뜨렸다.
그가 저를 뽑아내었을때, 그 순간 첫마디를,
카센 카네사다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 잔잔하고, 나긋한 목소리가- 서늘한 의지를 내품고 있었을 때.
카센 카네사다는 , 그 순간 가장 아름다운 것을 눈에 담았다고 생각했다.
- 36명의 가신을 베었다지.
카센, 카센 카네사다- 나를 위해 37번째를 베어주어.
그 목소리에, 홀린듯 고개를 끄덕였던 자신을, 카센은 기억 한다.
가라앉은 벚꽃 사이로, 그에게 제 이름을 내뱉었던 그 순간도.
나는 카센 카네사다. 풍류를 사랑하는 문과계 명도란다,
그리 말한지, 꽤 깊은 시간이 지났다. 그와 몇년을 함께 하며,
수십 수백개의 본성을 넘나들었다.
새까만 탁기로 가득 찬 그 곳에서, 그와 함께, 37번째는 물론이거니와,
몇번이고 '사람'의 목을 베어 넘겼다.
도저히 정화되지 못할 재액의 초석이었다.
그의 잔잔하고 나긋한 목소리처럼 남김없이, 망설임 없이.
...
검의 체감으로는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만, 그것은 오랜 옛일이 되었다.
지금의 그는 이러한 모습이다.
사시나무 떨듯한 몸을 감싸쥐고서는, 불규칙한 더운 숨을 내뱉으며, 시선은 오갈데 없이.
제 주인의 볼품없음에 타들어가는 목을 축이고서, 카센은 입술을 떼어낸다.
"그것을 벤 건 나다. 주인."
아니, 몇번이고 서투른 숨을 토해낸 몸이, 저의 팔을 덥썩 움켜쥐었다.
그리 더운 숨을 내뱉는다면 몸에 열이라도 찰 것이지,
이리 냉랭한 몸이 되어서는. 순간 휘청여 무너질 듯 위태로운 주인이 몸을 잡아채었다.
"분명, 네가 베어낸 목도 있었겠지.
하지만, 나 또한 베었어."
나는 살인자다, 그리 내뱉어 내고 싶은 것을 주인은 참는 듯 했다.
카센은 이해할 수 있을리 만무했다. 그것이 생명임에도 어디 무고한 생명이던가.
새까맣게 타들어간 혼마루는 어디서 부터 손을 대어야 할지 알수 없을 만큼 썩어 문드러졌었다.
그 타들어간 장소를, 나락까지 치닫아 다시는 부상치 못할 검을 향해, 그치지도 않고 저주해내는 이들을 , 어찌할 방도 없기에 베어낸 것이다.
당신이 그러하지 않았던가, 이것이 그대의 선택이었다고.
그럼에도 그것을 타박하기엔, 지금 저의 주인의 상태는 좋지 않았으니.
카센은 제 주인의 옷을 정돈해 준 뒤로 부축했다.
"주인, 시를 듣지. 곤혹스러운 꿈이 물러 갈 터란다."
"카센,"
저를 안아드는 것을 하나 내치지도 않은채, 힘없이 의지한 그가 읊조렸다. 그 악몽속에서 계속 그들이 나와.
그 원망섞인 목소리가, 손이, 눈빛이.
"주인, 안심하렴. 주인께 읊을 시는 수없이 쌓여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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