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한냐 나가미츠가, 토우카의 혼마루에 왔던, 그 첫날
<다이한냐 나가미츠는, 그 날 주인을 처음 보았다.>
도신에 잠들어 있던 의식을 깨운 것은 정갈한 목소리였다.
"다이한냐 나가미츠,"
아, - 이번에는 내 차례로구나. 암막으로 가려진 시야에 봄이 피어오른다. 휘몰아치는 벚꽃의 향연. 연홍의 꽃잎들이 방안을 가득히 했다.
가라앉은 꽃잎 사이로는 두 인영이 보였다.
흠, 금발의 이는 자신과 같은 기운이 느껴지는 이... 인가, 그러하면 저와 같은, '도검남사'로 이름 받은 이겠다. 다이한냐 나가미츠는 이내 시선을 옆의 이로 옮겼다.
이제 막 빛이 찾아드는 아침햇살을 지닌 연갈색의 머리칼이 차롬히, 눈썹을 덮어내고, 속눈썹과 아슬히 닿는 사람. 하나하나 심어진 속눈썹 아래로, 눈쌓인 은안, 그 위로 피어오른 홍색의 일점(一点)이 아, 자연스러이 제 미소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래, 나의 주인은 나와 공통점이 있는 사람이라면 좋겠어.
저 눈이 꼭 , 저와 닮은 점이 있어보이지 않니.
"처음 뵙겠어,"
나는, 다이한냐 나가미츠.
자세를 단정히 하고서는, 다이한냐 나가미츠는 고개를 들어 제 주인을 눈에 담았다. 과하지않게, 또한 부족하지도 않게. 제 입에서 흘려진 첫 마디였다. 그를 듣고 있는 주인의 표정은 꽤나 담담한 낯이었다. 흠, 이번대의 주인은... 제법 차분한 이일까.
인사 이후의 3초, 짧은 정적이후로 , 주인된 이가 입을 열어낸다.
", ... 다이한냐 나가미츠. 이 혼마루에 현현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해요."
제가 받은 인상만큼, 조용한 목소리. ... 고요하고, 감정하나 흐트러지지 않을 듯 한.
아, 그럼에도 매몰찬 것은 아니었나. 저를 바라보는 눈길이 퍽 마음에 들어 그러한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만 , 내려 쌓인 눈같은 사람이구나, 주인의 목소리에 다이한냐는 가벼이 고개를 끄덕였다.
"환대에 고마워, 주인. 주인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
또 다시 한번, 정적. 신중한 성격인걸까, 가벼이 기울여지는 고개와 함께, 답신이 들린다.
토우카,
토우카.
따르는 목소리에, 주인은 겨울과 꽃이 쓰여진다 덧붙여냈다. 겨울의 꽃. 꽃이라, 굳이 꽃이구나.
"어울리는 이름이야."
하지만, 그렇지, 당신의 눈이 꼭, 설원에 핀 꽃같지않니.
◆
그 말을 끝으로, 토우카- 제 주인은 흐트러짐 하나 없는, -어찌보면, 감정을 죽인 듯한,- 목소리로 알림을 이어나갔다.
도검남사로서의 의무는 혼에, 마음에 내리새겨져있지만, 인간으로의 생은 처음.
숨 받아 태어난 몸이 생활할 . 이곳이 혼마루-본성-이라 불린다고, 그리 말할때의 주인은 무덤한 표정이 조금 누그러지는 듯 했다. 아, 그러한가. 주인은 이곳에 꽤 애정을 품고 있구나.
이어지는 알림 끝으로는, '초기도' 라 불리는 이에게 저를 인도함이었다.
"그럼, 야만바기리, 부탁 해둘게."
"아, ... 그래."
"... 무언가 잘못되었니?"
타악, 방 안을 나가 문을 닫아드는 소리. 단 둘 남은 공간에서 다이한냐 나가미츠는 야만바기리 쿠니히로에게 물음을 올렸다. 잘못되었나.
저를 인도함에 있어, 제가 보기엔 이변은 없어 보였다만. 조금 곤란한듯한 낯을 띄우던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는, 한 번의 눈 깜빡임으로, 표정을 바로 했다. 이건 주인과 닮은 느낌이네.
"아니,"
.. 한 번의 정적, 내리는 시선은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했다. 지금 내뱉어서 좋은 일인가, 아니면 - 그저 넘겨두도록 해야 하는가. 판단하는 듯한 얼굴은 결심한듯 차분함이 내려진다.
"본래- 첫 날의 안내는 토우카, ... 주인이 하는 일이었으니까."
주인도 피곤함이 있겠지, 그리 말을 정리하는 야만바기리의 표정은 염려와 애정이 들어있어, 첫 혼마루에 내려온 다이한냐 나가미츠라도, 그것이 분명 그 둘 사이의 깊음이라는 것을 알아버리게 되었다.
부럽구나, 나도 그러한 사이가 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분명. 시간이 쌓인다면, 오래간 곁에 있다면 자연스러이 그리 될 수 있겠지.
"자, 걸음을 옮기지. 이 쪽으로."
닫혔던 방 문이 다시금 열렸다. 열리는 문 틈 사이로 내리앉은 볕이, 꼭 새하얀 겨울을 띄는 듯 하여 ...
이미 자리를 뜬 제 주인을 다시금 생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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