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한냐 나가미츠가 토우카의 혼마루에 온지, 며칠.
<초기도 : 야만바기리 가 사이에서 골이 아픈 이야기>

 


 


나의 주인은, 꽤 날카로운 성정의 이니? 다이한냐 나가미츠의, 물음에 금발 아래 녹안이 느릿히 깜빡였다.
그 물음에 어떠한 뜻이 담겨있는지 가늠하기위해, 질문자의 낯을 살폈으나- 

주인을 닮아 표정이 흐트러지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 정말 스쳐가는, 뜻 없는 물음인것인지. 

다이한냐 나가미츠는, 잔잔한 일상을 띄고 있는 얼굴이다.

...그래, 이 질문이 언젠가는 올 줄 알았다.


날카롭다. 확실히 제 주인은 어떨때 면, 벼려진 칼 마냥 단호한 명을 내릴 때가 있었다. 

담담하면서도, 흐트러짐 없는 태도는 서늘한 기운을 품고 있다 착각 들 때가 있지. 다만.
제 앞의 이는 그러한 것을 뜻하고서 물음을 올린 것이 아님을,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는 알고 있었다.

"... 그도 뜻하는 바가 있겠지."

"뜻하는 바라,"

그 선홍빛 짙은 입술이 입꼬리를 비튼다. 명백히 불만이 서려있는 미소였으나, 

그는 그 나름의 -이른 바- 멋을 추구하는 검이기에, 혀 위로 가시 돋힌 말은 오르지 않는다. 
다이한냐 나가미츠가 저리 불만이 잔재함을, 야만바기리 또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뜻하는 바가 있을거라, 그리 답변하였으나. 자신의 주인, 토우카가 제 앞의 남사를 대하는 것은 - 

노골적인 선 긋기 였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이의 다정에는 설령 그 다정이 한꼬집마냥 미약한 것이라 할지라도, 한 자락 미소로 화답해주는 이가,
구태여 다이한냐 나가미츠라는 검의 다정에는 담백히 구는 것이, 아니, 담백만이 아닌, 

그저 스쳐지나갈 손을 피할 정도의 행동이. 어찌 설명되겠는가.

 


마주할 시선을 외면하고, 마치 처음부터 가까이하지 않겠다는 듯- 한 행색은 그가 첫 현현을 한 날부터 죽, 이어졌다.
혹여 내가 미움 받을 일이라도 하였니? 다이한냐 나가미츠의, 웃음기를 머금고 내뱉는 농조를 다시금 떠올린다.
차라리 미움받는 것이 편한 위치일터다, 그의 행동이 미움에서 온다면, 차라리 그 미움때문이라 납득이라도 하였지.

그 행동이, 온전히 미움을 담은 것이 아니기에, 그가 오고 나서 조금씩 변화하는 주인의 태도가 

더욱이 야만바기리 쿠니히로의 골을 내리눌렀다.


꾸욱,
내리오는 뜨끈함에 야만바기리는 자신의 관자놀을 눌렀다.

아하, 나때문이구나.

제 골아픔의 원인이 저라도 생각했던지, 다이한냐가 그 불만어렸던 입꼬리를 풀어낸다.

"후후, 그래. 주인도 뜻하는 바가 있겠지. 
한낱 검으로 육신을 받은 이가 - 어찌 수많은 감정을 지닌 인간의 속내를 다 파악하겠어."

그러니, 느긋히 기다려볼게, 주인이 뜻하는 바를 보여내 줄 때까지.


...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덧붙여 낸 것은, 그가 '얌전히' 있겠다고 공표하는 것일터였다.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고서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는 표정을 고쳐냈다. 제가 여기서 무엇을 더 입에 올릴 수 있을까.

"... 그래, 용건이 끝났다면, 이만."






"... 다이한냐였나?"


쯧,
제 주인은 타이밍도 좋지, 들리는 목소리에 야만바기리는 짤막히 혀를 찼다.

단 30초만이라도 주인의 걸음이 더 빨랐다면, 그와 마주해 그 물음을 직접 들을 수도 있었을턴데.


"그래, 토우카 - 당신이 매정하다 하더군."

"그런 적이 없는데."

없기는, 고민 한 번 하지 않고 내뱉는 목소리에, 야만바기리는 고개를 돌려 시선을 제 주인에게로 향한다. 진심으로?
그에, 돌아오는 답 없이, 저를 가만 바라보는 주인의 시선에 야만바기리는 다시금 골이 아파오는 듯 했다.
꾹 꾹, 제 관자놀이를 손가락 끝으로 눌러내며, 몇번이고 말을 고르길 한참.

"당신... 행동을 하나만 고르는 게 어때. 선을 그을 것이면 긋고, 거리를 좁힐 것이면 좁혀...
 ... 거기다 당신 정복은 왜, 대체, 어째서, 굽을 그리 높힌거냐."

"... 갑자기 뒷 말 부터는 잔소리가 되었는데."


-되먹지 않은 항의의 표시로- 눈썹 한 번 올렸으나, 

그에 따라 야만바기리의 시선이 더욱 매서워지는 것을 눈치챈 듯, 

주인은 슬그머니 제 시선을 피해냈다. 굽이야- ,,, 그렇지. 굽을.


"당신 정복 말이야... 그래, 정확히는 당신의 신. 그가 현현한 이후 거의 바로- 교체 신청을 하지 않았나.
 초반의 기 싸움을 하려고 한 것 이라면 백번 양보해 이해하겠어. 하지만 그가 현현한지 지금 일주일도 더 지났다.
 대체 언제 다시 굽을 낮출 생각이냐. 아니면, 그 기싸움을 아직까지 진행중인가?"

뒷꿈치가 발갛게 오르고 다리가 부어올라 몇번이고 야겐에게 불려간 당신을 모르고 넘어가는 줄 아나.


대체 말이지-

차라리, 미움을 표하는 것이었다면. 제가 이토록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 -다이한냐 나가미츠-를 억누르고 싶어, 신장 차이를 굽으로 소화하는 것이라 하면, 

당장에 치기어린 주인이라 생각 되었을 터지만, 생각뿐, 생각으로 그쳤을 터였다. 

몇년 함께한 주인이다. 그 주인이, 고작 검 하나 싫어한다고 - 주인에 대한 생각이 바뀔까.

제게 있어 중요함의 우선순위를 정하라 한다면, 새로이 현현된 동료 검 보다는, 

저와 몇해를 걸쳐 기억을 쌓아온 주인이다.

그러니, 차라리 미움이었다면 그저 '미움' 그 단어 하나만으로 지나쳤을 턴데.

발갛게 달아오를 것 같은 야만바기리의 낯에, 토우카가 황급히 그의 손을 쥐어냈다.


"그래, 내가 널 곤란케 했어. 미안. 이러다 네가 홧병으로 쓰러지겠다."

"-... 잘 알고 있으면,"

제발, 둘의 사이에 대해 정립을 해달라. 

혀 끝까지 닿은 말을 애써 삼켜내고서는, 야만바기리는 저를 쥐어낸 토우카의 손을 꾹, 붙들었다.
곤히 내리는 목소리, 첫 시작을 함께한 저와, 처음- 최초로 단도실에서 현현한 이에게만 허락된 평어.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최소한 그 평어라도 고치도록 해라. 그것이 그 검을 혼란케 함을... 당신도 모르는 바가 아니지 않나."

분명, 다이한냐 나가미츠도 깨달았을터다.

수 많은 시간을 함께 하였어도, 그 평어를 허용하는 것은 초기도와 초기단도에게만 이었다. 

만약, 그 검의 손을 피하는 것이 - 그 검의 시선을 마주하지 않는 것이 미움을 표하는 것이였다면, 

그 특별한 말씨를 그에게 허용 했을 리가 없었다.

언젠가부터, - 그에게 건네는 말씨가 내려앉은 평어였다. 그것이, 저와, 다이한냐 나가미츠, 

그리고 필시 ... 혼마루에 존재하는 모든 검들이, 은연중에 의아함을 품게 했다.

 

 


주인은 , 다이한냐 나가미츠를,  

 

2022. 2. 7.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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